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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용 기분>, 나답게 되기

언제나 그렇듯 해가 바뀌면 우린 한 살씩 더 먹겠지요. 한 살 더 먹고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져 기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갈수록 사라지는 젊음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어떻게 나이를 먹고 싶은지’ 생각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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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파랑 지음 | 네이버 웹툰

어렸을 때 주변 어른들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거나, 저렇게 되진 말자거나. 하지만 어쨌든 나는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원하는 어른의 모습으로 변할 거라 믿었지요. 그런데 막상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가 되면 ‘아직 난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철도 안 들었는데, 언제 이렇게 나이만 먹었지?’라는 자괴감이 듭니다. 시간은 우릴 기다려주지 않더라고요.  

어른이[1]’라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제대로 어른이 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적은가 봅니다. 누구나 인생은 처음이라 서툴 수밖에 없고, 그래도 고군분투 끝에 몇 가지 발전을 이루면 다행이죠. 목표를 높게 잡기보다 어제보다 조금 나아지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그나마 조금 삶이 쉬워지지 않을까요.
이 작품도 조용하지만 치열한 일상 속, 조금씩 마음의 여유를 늘리는 성장 과정을 보여줍니다. 작가의 실제 일화를 각색한 것으로, 주변 사람들과의 추억과 자신의 감정, 자신의 성장을 짤막한 에세이처럼 그려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기분’이라는 제목 뜻과 달리, 정말 많은 독자들이 공감했고요. 
주제어 하나로 일목요연하게 풀어낸 이야기에, 작가의 예쁜 마음이 더해져 따스한 치유를 선사합니다. 귀여운 그림체, 남색과 핑크의 산뜻한 대비도 기분 좋아지고요. 또 하나, 만화 곳곳에서 작가의 반려묘 사랑도 볼 수 있답니다. 

어른의 신호, 1인용 기분

같은 대상이라도 아이와 어른의 시선은 사뭇 다를 때가 많습니다. 살짝 세대차가 느껴질 질문이지만, <아기공룡 둘리>라는 만화를 아시나요? 주인공 둘리는 빙하를 타고 미래로 와 서울 어느 가정집에 얹혀살게 되는데, 매일같이 집주인인 고길동 아저씨와 투닥댑니다. 만화는 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얼핏 보면 아저씨가 주인공을 구박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번 더 들여다보면, 길동 아저씨는 넉넉지만은 않은 살림에도 둘리와 친구들까지 먹여 살리는가 하면, 그들이 온갖 사고를 칠 때마다 야단은 칠지언정 뒤치다꺼리도 해줍니다. 그래서 이런 우스갯소리까지 있죠. ‘길동 아저씨가 안쓰럽게 느껴진다면 당신이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라고.  

여기서 어른이 된 신호는 두 가지. 하나는 가족을 챙기는 책임감, 이건 길동 아저씨에게 해당되겠네요. 또 하나는 그런 아저씨의 숨겨진 사정이 보일 만큼 넓어진 시야 아닐까요.

작가의 분신, ‘윤파랑’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어른들의 사정이 보이기 시작한 듯합니다. 학교에서 상을 받은 날, 그 뿌듯함을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와 함께하고 싶었죠. 하지만 늦은 시간에 돌아온 어머니는 왠지 피곤하고 슬퍼 보였고, 얼굴엔 반창고도 붙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