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게이건은 미국에서 자랐고, 미국의 교육을 받았으며, 미국의 저널을 보며 자란 사람이다. 그는 우연히 유럽에 가서 자신이 알았던 유럽이 ‘걸러진’ 유럽에 불과했음을 알게 된다. 직접 유럽을 돌아다니며 ‘진짜’ 유럽을 만난 것이다. 미국인이 보기에 유럽은 실패한 모델이라고 굳건히 믿어왔는데, 사실은 굉장히 탄탄한 경제력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복지에 충실하면서도 경제적으로도 결코 뒤지지 않은 성장세라면?
게이건은 충격에 빠졌다. 그런 다음 어떻게 하면 자기 나라가 유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유럽과 미국의 GDP를 비교하고, 독일의 고용 환경을 조사하고, 복지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고민한다. 그가 어떤 답을 내렸는지 한번 볼까?
게이건은 먼저 자신은 ‘결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책을 읽다보면 줄곧 유럽식 사회민주주의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보다 얼마나 뛰어난지, 사회민주주의 국가인 독일이 얼마나 완벽한 복지국가 모델을 갖추고 있는지 설명하느라 바쁘다. 게이건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미국이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의 장점을 받아들여 세계 최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인가’다. 한마디로, 유럽으로부터 배우자! 더 나은 모델이라면 그 가치를 깎아내릴 게 아니라 정확하게 알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다.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대체 우리가 무엇을 잘못 알고 있어서? 게이건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GDP의 함정’에 빠져 있음을 지적했다. 오늘날 미국의 1인당 GDP는 5만 달러에 육박하지만 유럽은 약 4만 달러 수준이다.(이 책은 2011년 출간됐다) 분명 GDP만 놓고 보면 미국은 유럽을 한참이나 앞서 있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정말 그들의 GDP에 걸맞게 ‘잘’ 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