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제도에는 똑같은 죄에 대해 똑같은 벌금을 부과하는 총액벌금제와 소득과 재산에 따라 차등을 두는 일수벌금제가 있다. 핀란드는 일수벌금제를, 우리나라는 총액벌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노키아 부사장과 평범한 시민이 내야 하는 범칙금 차이가 어마어마하지만, 우리의 경우 다르다. 예를 들어 차량 정지선을 지키지 않을 경우 고물트럭을 몰면서 하루 5만원을 버는 생계형 운전자나 고급 승용차를 운전하는 고소득자나 차종이 승용차이면 6만원의 범칙금을 똑같이 부과한다. 동일한 범죄에 대해 동일한 벌금을 내는 게 일견 타당해보이지만 과연 그럴까?
고물트럭을 모는 생계형 운전자와 연봉이 10억원인 사람에게 6만원이라는 돈의 가치는 확연히 다르다. 시쳇말로 후자에게는 6만원이 ‘껌값’이겠지만, 하루벌이가 5만원인 사람에게는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돈이다. 돈의 가치가 이렇게 다르니 같은 범법 행위를 했지만 벌금을 납부하며 겪는 고통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법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벌금형 제도는 결코 평등한 법 적용이라고 볼 수 없다. 벌금형은 법을 어긴 사람에 대한 처벌이고, 당연히 처벌의 고통은 같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면 모두 동일한 수준이어야 타당하다. 동일범죄 동일형량이라는 원칙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동일형량이라는 말 속에는 그 형벌을 받게 되는 범죄자의 고통이 동일해야 한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동일한 형량이라는 말을 현실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핀란드를 비롯한 몇몇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총액벌금제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일수벌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범행의 무게에 따라 일수日數를 정하고, 그런 다음 피고인의 경제능력에 대응해서 1일 벌금액을 정한다. 이 둘을 합산해서 최종 벌금액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연간 1억원의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정지선 위반 시 6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면, 연간 10억원의 소득이 있는 사람에겐 60만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