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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사회적 편견’을 뛰어넘는 사랑이 행복할 수 있을까?

<브로크백 마운틴>이 재개봉했다. 
미국의 한 영화평론가는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멜로 영화 가운데 <타이타닉> 이후로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고 이 영화를 격찬했다. 
사회적 편견을 뛰어넘는 사랑이 행복할 수 있을까? 
작품을 보며 내내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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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부정할 수 있을까?

얼핏 보기에도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진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어느 산자락. 일자리를 구하러 온 에니스와 잭이 만난다. 에니스는 트레일러를 얻어 타고 왔고, 잭은 고물 자동차를 손수 몰고 왔다. 관리인이 가혹한 일의 조건에 대해 설명하고, 둘은 군말 없이 일거리가 있는 곳으로 간다. 그들의 일은 수백 마리의 양떼들을 관리하는 것이다. 

에니스와 잭은 대자연의 품 안에서 둘만의 공간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대자연이 그들을 쉽게 허락하는 것은 아니다. 변변한 이부자리도 없는 그들에게 밤마다 몰아치는 추위, 산짐승의 습격을 당해 식량을 잃어버린 그들이 견뎌야 하는 배고픔, 그리고 그 한없이 무료한 시간들은 아름다운 자연 위에 황량함을 덧칠한다. 

에니스는 결혼을 앞둔 보수적인 청년이다. 과묵하고 용감하며 원칙적이다. 반면 잭은 수다스럽고 자유분방하며 술을 즐겨 마신다. 그들은 처음에는 티격태격하지만, 그 다름에 조금씩 이끌린다. 그들은 그들만의 세계 안에서 무의식중에 어떤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밤마다 찾아드는 대자연의 공격이 그들의 간극을 더욱 좁혀놓았는지도 모른다. 사회적 관습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에서 그들은 어느 날 금기의 선을 넘는다. 그들의 관계는 추위에 떠밀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튿날 에니스는 “난 게이가 아니야!”라고 강력하게 부정한다. 그의 말엔 수치스러움과 분노, 나아가 공포심이 묻어 있다. 에니스는 아홉 살 때 끔찍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농장에서 일하던 두 남자가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실제로는 아니었다고 하나, 그 가운데 한 남자가 성기가 잘린 채 시체로 발견됐고, 에니스의 아버지는 아홉 살짜리 아들에게 살해 현장을 목격시켰다. 에니스는 그 일을 저지른 장본인이 아버지라고 믿고 있다. 
에니스의 강력한 부정에도 불구하고 둘의 사랑은 깊어간다. 멀리서 망원경으로 둘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관리인이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이안 감독은 아무렇지도 않게 동네의 보수적인 시선을 드러낸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펼쳐놓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