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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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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생각하는 올가>

블루한 그녀의 얼굴에 멈추다

똑같은 블루는 없다. 새벽의 블루는 청명하다. 그러나 화폭에 담긴 블루는 종종 우울한 기조를 뿜어낸다. 눈길이 멈춘 것은 세 가지가 너무나도 완벽한 조화를 이룬 탓이다. 블루 원피스, 세련돼 보이는 모피 목도리, 마지막으로 창백하다 싶은 그녀의 얼굴. 누가 봐도 그림 속의 그녀, 올가는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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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코클로바에서 피카소의 아내로

1923년 피카소가 그린 이 그림의 제목은 <생각하는 올가>로 번역돼 있다. 그녀는 누구일까, 왜 이렇게 우울한 얼굴일까. 단 한번의 검색으로도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나쁜 남자’의 전형 피카소의 첫 번째 아내였다. 올가 피카소로 불리지만 그의 아내가 되기 전의 이름은 올가 코클로바. 그녀의 우울은 단순한 사실 하나로도 짐작이 된다. 이번에는 올가 코클로바를 검색한다. 러시아 시절 지금 우크라이나 니진에서 대령인 아버지의 딸로 태어났고(1891년), 1912년 디아길레프가 운영하는 러시아 발레단에 입단한 무용수였다.  

디아길레프의 러시아 발레단은 현대적이며 자유로운 발레를 추구했던 독립 발레단이었는데 파리와 런던을 주 무대로 활동할 당시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한 충격을 선사했단다. 고전 발레에서 보기 어려운 최신 음악, 원색적인 의상, 폭발적인 무용…. 이 발레단의 스태프 면면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질 것이다. 음악은 스트라빈스키, 에릭 사티. 무대디자인은 마티스, 피카소. 의상 디자인은 샤넬, 폴 푸아레. 몇몇의 이름을 빼고 알만한 사람만 언급한 게 이렇다.  

올가 코클로바가 피카소를 만난 것은 1917년 로마에서였다. <퍼레이드>라는 작품을 공연 중이었는데, 시나리오는 장 콕토가, 음악은 에릭 사티가, 무대 디자인은 피카소가 맡았다. 이미 여성편력소문이 자지한 피카소와 발레리나로 막 활약 중이었던 올가 코클로바는 만나야 할 운명인 양 만났고, 이듬 해(1918년) 결혼해 마침내 피카소의 첫 번째 아내가 된다.

깊고 깊은 우울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한 장의 그림으로 어찌 한 사람의 생을 가늠하겠는가. 우리 또한 하루는 즐겁고 하루는 우울한 나날을 보내지 않던가. 무용수 올가 시절의 흑백 사진을 한참 바라본다. 강인해보이고 생기 넘치는 얼굴이다. 데카당트한 예술적 활기 속에서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을 그녀(1921년 아들 파울로를 낳았다). 블루한 우울 속에 갇혀 있는 그 그림은 1923년 작품이다. 겨우 5년의 세월이 흘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