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도덕의 목적은 선善, 법의 목적은 정의正義라고 생각한다. 목적은 장기적으로 가야 할 어떠한 방향을 의미한다. 어떤 순수하고 이상적인 상태를 가리킨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목적을 ‘이념’이란 말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이념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궁극적인 가치를 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의 이념은 정의의 실현이라고 하면 매우 그럴듯한 풀이가 된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법에 대한 아주 평범한 생각들이다. 법이 정의를 추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기란 매우 어렵다. 실제로 많은 경우 법은 오로지 정의를 위해 추상[1]같은 판결을 내리게 한다. 법은 도둑질 한 사람에게 그에 합당한 벌을 내리고, 교통사고 등 고의나 과실로 남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 그에 상응한 손해배상을 하라고 한다. 분명히 법은 인간사에서 정의를 관철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법이 오직 정의에 입각한 판결만 내리는 것은 아님을 심심치 않게 발견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공소시효가 있다. 검사가 벌을 주기 위해 공소[2]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가령 절도죄 공소시효가 7년이라고 한다면, 남의 물건을 훔치고도 7년 동안 도망만 잘 다니면 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세상에 이런 법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취득시효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그런 생각이 더 들 수 있다. 주인이 자기 소유인지 모르고 내버려둔 땅이 있다고 치자. 누군가 그 땅에 들어가 집을 짓고 살거나 밭을 일구어 개간을 하면서 농사를 짓고 20년이 넘게 살면 점유취득시효가 성립된다. 원래 주인이 있는 땅이어도, 다른 사람이 거주한지 20년이 지났다면 아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땅 주인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