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100년경) 인류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 문명 발상지, 메소포타미아에는 달 숭배 사상이 있었다. 조각배를 타고 밤하늘을 여행하는 달의 신 난나를 우주의 군주로 삼았다. 태양이 아닌 달을 가장 중요한 천체로 여겼던 이유는 뭘까? 달은 매달 차고 이지러지는 모양새를 반복한다. 이는 생명의 반복, 즉 삶과 죽음의 연속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수메르인들은 달이 이승과 저승을 잇는 영혼의 창구라며 숭배했다.
(18세기 후기) 달이 떠오른 밤. 담벼락 옆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밀히 만나는 연인이 있다. 두 사람의 표정에는 남몰래 이루어진 만남에서 비롯되는 긴장과 애틋함이 어려 있다. 그림에 적힌 “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1]”라는 글귀가 연인의 심정을 대변해준다.
한편 그림 속 달의 모습을 바탕으로 그림이 그려진 정확한 날짜를 유추할 수도 있다. <월하정인>의 달은 특이하게도 눈썹 모양이다. 이는 부분월식이 일어난 보름달의 모습이다. 신윤복이 활동하던 당시 한양에서 관측 가능한 부분월식은 단 두 번 있었다. 1784년과 1793년. 글귀에 적힌 삼경이란 밤 12시 즈음이다. 승정원일기를 보면 1793년 8월 21일 밤 12시경 월식이 보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달의 생김새로 그림이 그려진 시기를 추측할 수 있다니, 참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