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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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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 해설

《사람, 장소, 환대》

인간은 어떻게 ‘사람’이 되나

현대사회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말한다.
이때 우리는 ‘평등’에만 관심을 갖지, 누군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곤 여기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 자격은 생각보다 복잡하게 부여된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특정한 조건 아래서만 사람대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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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사람’은 다른 말?

 

2019년 4월 11일,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다. 낙태 반대 진영에서는 판결을 크게 비판했다. “태아도 엄연한 사람이다. 특히 임신 후기 단계 태아는 신생아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낙태를 허용하다니 국가가 살인을 허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저자는, 태아를 사람으로 보는 관점에 반대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태아는 ‘인간’이지만, ‘사람’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인간과 사람이 다른 뜻이라니, 무슨 말일까? 인간이란 생물학적인 분류다. 인간 종으로 태어나기만 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인정 없이도 인간이 된다. 반면 사람이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첫째, 사회에서 자리를 차지할 것. 둘째, 공동체로부터 환대받을 것. 셋째, 타인으로부터 사람으로 인정받을 것.

사람 자격이 어떻게 부여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낙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태아가 자리한 곳이 어딜까? 어머니의 자궁 속이다. 태아는 사회 속에서 개별적인 장소를 차지하지 않는다. 아직 출생하지 않은 태아를 모체와 분리하여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신생아는 자궁에서 빠져나온 후 사회 구성원으로 편입된다. 개인이 사회 장소로 들어오지 않으면, 사람 자격을 얻지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