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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야기

클로드 모네, 찰나의 빛을 낚아채다

봄에 시작한 빛의 향연은 여름으로 옮겨가면서 한층 강렬해진다. 맑은 날 자연의 풍광 속에 있으면 수많은 초록들, 수많은 분홍들, 수많은 노랑들, 수많은 빨강들을 만나게 된다. 빛은 색을 변화시키고, 빛이 사라지면 색도 사라져버린다.
빛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변화를 낚아챈 모네의 아름다운 그림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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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그림은 클로드 모네(1840~1926)의 <아르장퇴유 부근의 개양귀비꽃>이다. 1874년 4월, 첫 ‘인상주의 전시회’에 <해돋이 인상>과 함께 출품된 작품이란다. 너무 아름다워 오랫동안 컴퓨터 바탕 화면으로 삼았다.

초여름 들판은 평화롭다. 내리쬐는 햇살을 너른 품으로 다 받아낸다. 잡초들이 무성해지기 시작하지만 아직 여린 기운을 안고 있다. 연두에서 초록까지 그 다채로운 녹색의 기운 속에 눈부시게 하늘거리는 꽃잎이 눈에 든다. 다홍빛깔이다. 햇살이 관통한 빨강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꽃잎은 넓고 얇아 소박하면서도 우아하다. 아무 데서나 보이는데 일렬종대, 횡대로 피지 않는다. 점점이 흩뿌려지듯 자연스럽게 분포돼 있다. 아, 저 꽃 뭐지…? 양귀비꽃이란다. 아편의 재료여서 함부로 심지 못하는 꽃? 아니다. 우리가 보는 양귀비꽃은 관상용인 개양귀비꽃이다.

인상주의, 빛의 변화에 따른 형태 변화를 포착하다

하늘과 구름이 맑고, 들판에 개양귀비꽃이 가득 피었다. 멀리 보이는 농가와 키 작은 나무들. 꼭 프랑스가 아니어도 비슷한 풍광을 만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다. 아이는 꽃을 들었고, 하늘빛을 닮은 푸른 드레스와 양산을 든 여인이 꽃밭 속에 있다. 뒤편의 모자母子, 앞쪽의 모자는 사실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인물보다는 풍경이 더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다. 세느강변이 있는 아르장퇴유는 모네가 친구들과 종종 찾던 곳이었고, 아내 까미유와 어렵게 결혼한 다음 일년 여 동안 근처에 집을 빌려 머물면서 주변의 풍광을 그렸다. <아르장퇴유 부근의 개양귀비꽃>은 이 시기의 작품으로, 그림 속 모자는 아내 까미유와 아들 장이다. 같을 시절의 작품 한 점을 더 보자.

<양산을 든 여인>. 봄이거나 초여름의 어느 날이다. 여인이 양산을 펴고 산책을 나섰다. 어린 아들과의 동행. 여인의 실루엣을 담은 그림자가 햇볕이 제법 날카로웠음을 짐작하게 한다. 주위에 산산이 부서지는 빛의 알갱이들, 그 눈부신 햇살이 짐작된다. 바람 한 줄기가 아름다운 여인의 드레스 자락을 휘감는다. 잡풀더미도 살짝 바람에 기울어 있다. 까미유와 장이다. 모네는 두 사람과 함께 소풍 나들이 가듯 산책을 나섰고, 이들을 모델로 주위의 풍광을 그렸다. 화목한 가족, 모네의 마음의 평화가 그림에 깃든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까미유는 5년여의 인연을 끝으로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