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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공감과 이해라는 긍정적 전염

한국 사회에 파란을 일으켰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영화로 나왔다. 
엄마와 함께 극장에 가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느낀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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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한국 페미니즘의 대단한 전환점이다.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페미니즘 논의가 격상했으며, 전국은 페미니즘 물결에 휩싸였다. 물론 이에 대한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있는 한편,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둘 간의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2016년 10월, 한 권의 책이 다시 한 번 한국사회에 파란을 일으켰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제목의 소설이었다.

김지영, 80년대 초반 가장 흔한 이름

82년생 김지영 씨는 누군가의 아내이고, 엄마이며, 며느리이고, 동시에 딸이다. 그는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홍보대행사에 다니다가 딸을 낳으며 퇴사했다.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서로, 서른 중반의 여성들이 으레 거쳐 가는 삶의 전형이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그의 인생을 그리고 있다. 

그의 인생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놓치면 따라갈 수 없다. 딸보단 아들이 우선이던 사회에서 지영은 늘 자신의 남동생보다 뒷전인 삶을 살았다. 청소년 시절에는 버스 안에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고, 성인이 되어 입사를 한 뒤에는 남자 동료들과의 승진 싸움에서 밀려난 선배 여성들을 보았으며, 지영 자신도 ‘애 낳으면 일 계속 못할 것’이라며 팀에서 배제되는 경험을 했다. ‘애 낳으면 일 못할 것’이라는 말이 30대 여성에게는 꽤 정확한 예언이다. 아이를 낳으며 육아는 자연스레 지영의 몫이 되었고, 그는 직업적 성공에 대한 욕망과 열정으로 차있던 모습을 버리고 퇴사한다. 지영의 하루는 남편인 정대현 씨에게 밥을 차려주고, 집을 치우고, 딸 정아영 양을 돌보는 것으로 채워진다. 딸을 돌보며 밖에서는 ‘맘충’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매번 다가오는 명절을 비롯한 가족행사에서는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주방에서 열심히 음식을 조리하고, 음식을 나르고, 뒷정리를 하고, 남편의 가족들에게 후식을 가져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