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서울대 교수가 삼국지는 청소년에게 특히 해롭다는 글을 신문에 실었다. 이익을 위해 어떤 짓이든 하는 자들을 영웅으로 묘사했다는 것이 그 이유. 조조는 인면수심, 유비는 기회주의자, 제갈량은 권모술수의 달인이라고 혹평을 했다. 이에 대해 삼국지를 번역해서 2000만부 가까이 팔았다는 어느 소설가가 ‘삼국지는 읽을 가치가 있다’는 제목으로 반론을 제기했는데, 거기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충성을 서약했던 대상이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 기꺼이 피를 뿌리고 죽어간 수많은 충신절사들은 삼국지의 갈피갈피를 수놓는 찬연한 꽃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가 아니라 ‘자신이 충성을 서약했던 대상이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사람을 칭송한 것이다.
교수의 주장은, 제갈량의 ‘계책’이라는 게 사람을 속이는 ‘사기’이므로 부도덕하다는 것이고, 소설가의 주장은 제갈량의 행위가 ‘충성을 서약했던 대상’을 위한 것이므로 옳다는 것이다. 같은 사람을 두고 이처럼 평가가 다른 이유는 뭘까? 두 사람의 생각의 바탕이 다르기 때문이다. 교수의 생각은 윤리와 도덕에 바탕을 두었고 소설가는 충성과 의리를 잣대로 삼았다.
생각이 갈라지면 네 편 내 편으로 사람들을 가른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아이언맨 파’는 어벤져스가 정부의 통제를 받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캡틴 아메리카 파’는 이에 반대한다. 급기야 외계의 침략을 힘을 합쳐 물리쳤던 히어로들이 자기들끼리 싸운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상은 스파이더맨이다. 그는 아이언맨이 집에까지 찾아와서 꼬시자 그의 편이 된다. 세상이 나뉘면 생각이 정립되지 않은 사람도 한쪽으로 붙게 된다.
이렇게 나뉜 두 그룹의 싸움은 엄청난 규모로 확대되기도 한다. 영화 <엑스맨>의 찰스는 인간과 돌연변이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지만, 매그니토는 인간과의 공존은 불가능하다고 믿으며 돌연변이가 지배하는 세상을 추구한다. 절친이었던 둘은 그야말로 ‘박 터지게’ 싸운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 두 캐릭터가 마틴 루터 킹과 말콤X를 모델로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생각’이란 이처럼 세상을 분열시킬 만큼 큰 힘을 갖는다. 이런 ‘큰 힘을 가진 생각’을 다른 말로 ‘이데올로기’라고 한다.